황룡사 청다회

문화산책 - 황룡사 (대한불교조계종 황룡사) 2017년 4월 2호 다음 게시물

 

 

 

 

 

 

 

 

신행과 함께하는 행복한 차 생활

 

거리에 꽃이 만개했다. 봄꽃을 보고 있노라면 찬란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설레다가도 저 꽃이 낙화하지 않고

계속 가지 끝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늘

그렇듯 비가 내리고 나면 봄꽃은 가지 끝에서 대지 위로

자리를 옮겨 행인들의 걸음 사이에서 흩어진다. 각자가

다르겠지만, 나는 봄비를 만난 낙화의 아름다움이 좋다.

투명한 물길 위에 색색의 꽃이 어지러이 흩어진 모습을

보면, 마치 다관 속에 휘몰아치며 향을 토해내는 찻잎과

닮아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봄이 오면 더욱 차[茶]가 생

각난다.

태화강 줄기를 따라 봄꽃이 만개하고, 그 곁에 있는 황

룡사에는 차 향기가 강줄기를 따라 퍼져나간다. 황룡사

청다회는 2010년 처음 만들어져 14명의 회원들이 차 공

부를 위해 매주 모이고 있다.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편

안한 차 문화”를 만들자는 주지 스님의 의견에 시작한 다

도회는 생활 헌다를 가장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값비싼 다구와 고급스러운 한복보다 마음결, 손결에 더

욱 가치를 더하며 공부에 임하고 있다.

청다회 전등성 회장님은 이 모임의 시작부터 함께해

오고 있다. 주지 스님께 차를 한 잔 청해 마시면서 차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회장님은 앞치마에 기본 다구

만 갖추고 차 공부를 시작했던 옛일을 회상했다. “차를 배

우다 보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행다는 나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서 내가 부족한 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채울 수 있어

요. 처음엔 가족들과 차를 마시는 것도 어색했지만, 이제

는 가족들 모두 가운데 찻잔을 놓고 함께 차 마시는 시간

을 기다린답니다. 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점이 좋아

졌습니다.”

차를 배울 때 초심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 중 하

나가 자세다.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지지만 경직된 마음

으로는 다관을 들고 내리는 일조차도 어렵다. 스님들이

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차가 마음공부와 맞닿아 있기 때

문이다. 차의 효능으로 따지자면 잠을 쫓아주고, 집중력

을 높여주는 이점이 있고 정서적 측면에서는 마음을 안

정시켜준다는 점이 차를 선호하는 이유다. 특히 선다일

여라 하여, 차와 선禪을 같다고 보는 것도 차가 마음공부

와 닮아있음을 일러주는 말이다.

청다회는 현재 14명의 다인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각자의 차공부 뿐만 아니라 사중의 대소사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불교대학 입학식을 비롯해 황룡사에

손님이 많이 찾는 날이면 찻자리를 마련하고 곳곳에서

일손을 거들며 봉사에 나선다. 행다와 신행이 다르지 않

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다인들이기에 모두들 다라니

기도에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 기도와 차공부를 병행하

다보니 도반간에 깊은 정이 생기는 것은 덤으로 얻는 기

쁨이다.

“이런 말 하긴 쑥스럽지만, 우리 모두는 다인회가 빛나

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회원들 모두가 다인회에 소속돼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하고, 우리가 사중에 보탬을 줄 수 있

다는 것에도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빛나는 이 모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바라고 있어요.”

회장님의 마지막 말 속에 다인들이 채워온 그간의 세

월이 향기로 번져나가고 있음이 느껴져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황룡사 (대한불교조계종 황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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